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 같은시간대에 열리는 이유

대한민국의 16강진출의 경우의수가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 동시간대에 열리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11월 30일, B조에 속해있는 네팀인 이란과 미국 경기, 잉글랜드와 웨일스 경기가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에 펼쳐졌고 다른 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이 속한 H조는 12월 3일 자정, 한국과 포르투갈, 가나와 우루과이전이 동시에 펼쳐지는데요.

이것은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완파했지만 동시간대에 열린 멕시코와 스웨덴의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에 좌절했는데요.

이렇게 조별리그 3차전이 동시간에 펼쳐지게된 계기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2년 6월25일 스페인 히혼 엘 몰리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당시 서독) vs 오스트리아의 조별리그 경기가 발단이 된것인데요. 이 경기는 훗날 ‘히혼의 수치’로 불렸습니다.

출처 : FIFA 홈페이지

현지시간으로 1982년 6월 25일, 스페인 히혼에서 열린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스페인 월드컵 조별리그 2조의 3차전 마지막 경기가 예정되었습니다.

당시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같은 조의 알제리는 첫 경기에서 독일을 2:1로 꺾는 기적을 보여 월드컵에서 유럽팀을 꺾은 최초의 아프리카팀이 되었는데요. 2승1패로 전날 조별리그 경기를 모두 마친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오스트리아(2승)가 독일(1승1패)을 꺾거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3점 차 이상으로 이길 경우 알제리가 2라운드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변수는 독일이 1:0으로 승리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나란히 2라운드에 나설 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된 뒤 독일이 전반 10분 선제골로 앞서 나가자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마치 짜고 나온 것 처럼 그대로 남은 80분의 시간을 의미없이 흘려 보냈습니다.

그렇게 양팀이 공격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는 걸 눈으로 본 관중들은 승부가 조작됐다고 분노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심지어 독일 공영방송 ARD의 해설가는 중계 도중 시청자들에게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하지 않더라도 이해해달라”면서 “이것은 축구라고 할 수 없다”고 해설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FIFA측에서는 두 팀 모두 이론적으로 어떤 규칙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결국 세 팀이 나란히 2승 1패가 되면서 알제리는 골 득실에 밀려 억울하게 탈락했는데요. 이 사건 이후로 승부조작을 의심하게 할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1984년 유로 대회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에서부터 조별리그 3차전을 두 경기 동시에 여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