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에게 세리머니 부탁했지만…” 백혈병 소녀의 부탁이 좌절된 안타까운 이유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한 여고생이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선수의 골과 함께 손으로 ‘숫자 7’을 그리는 세리머니를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경기에서 패하게되면서 재은양이 바랐던 세리머니 기적은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게되면서 백혈병 소녀에게 기적같은 후원이 이어졌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SNS 캡처 연합뉴스

사연의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의 순심여고에 재학중인 김재은(15)양입니다. 재은양은 지난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흥민 선수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습니다.

“저는 육상선수를 할 만큼 건강했지만 몸이 갑자기 나빠지더니 급성 백혈병을 진단 받았습니다. 뼈가 녹아내릴 것 같은 항암 치료의 고통은 10대인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손흥민 선수님, 제가 사는 칠곡군에는 행운을 준다는 럭키 칠곡 포즈가 유행하고 있는데 왼손으로 손흥민 선수님의 등번호와 같은 숫자 7을 만드는 자세로 사람들은 행운을 부른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다음 경기에서 골을 넣는다면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있는 친구들을 위해 럭키 칠곡 포즈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님이 골을 넣고 7을 그려주신다면 행운과 용기가 생길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손흥민 선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 같습니다. 세상 끝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부탁드립니다”

‘럭키칠곡 포즈’는 6.25 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칠곡군의 첫 글자 ‘칠’이 행운을 의미하는 숫자 7과 발음이 같은 데서 출발했는데요.

“평화를 가져다준 행운의 칠곡”을 의미합니다. 손흥민 선수 역시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등 번호 7번을 달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재은양의 글은 인기게시물에 등록되어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경기에서 패하면서 재은양이 바랐던 세리머니 기적은 볼 수 없게 된것인데요.

그러나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부모 가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은양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를 돕겠다는 후원자들이 줄을 잇게된것인데요.

연합뉴스에 따르면 백혈병 아들을 둔 어머니와 폐 이식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40대 가장, 학교 친구와 학부모 등 각계각층에서 김 양을 돕기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섰다고합니다.

서울 아이와이씨앤시(주) 이봉송 회장은 치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1천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카드섹션으로 김재은양을 응원하고 있는 친구들, 연합뉴스

학교 친구들과 교직원은 손편지와 카드섹션으로 쾌유를 기원했고 졸업생 학부모인 정근섭씨는 500만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전 참전용사 권준환(50사단 예비군 중대장)씨는 대학 초빙 강연료를 기부했으며 칠곡군 주둔 주한미군 장병도 재은양 돕기에 나섰습니다.

이 밖에 칠곡군 기업가 모임인 세경회와 왜관MG새마을금고도 각각 200만원, 500만원의 성금을 냈으며 칠곡군 샛별어린이집 원생들은 고사리손으로 모은 동전 20만원을 보탰습니다.

김 양의 아버지 김동진씨는 “딸의 아픔을 함께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우리 딸이 병마를 떨쳐버리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